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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TV칼럼] 바울의 잉크 자국, 나의 눈물 자국

김의선 목사 기자
작성일 2026-09-1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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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목사님이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헬라어 원문과 씨름하며 로마서를 새롭게 번역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익숙한 교리의 틀을 넘어, 로마에 있는 성도들에게 보내는 바울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담아내려 했다는 말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성경을, 특히 로마서와 같은 서신서를 살아있는 사람의 피와 땀이 밴 편지가 아닌, 차가운 교리집이나 신학 논문처럼 대해왔을까요.

문득 찬송가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의 작사가 존 뉴턴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악명 높은 노예 상인이었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죽음의 공포에 떨며 하나님을 찾았던 그는, 극적인 회심 이후 남은 생을 목회자로 헌신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그가 목회자가 되기 위해 수년간 스스로 성경 원어를 공부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그는 헬라어 신약성경을 깊이 파고들며, 바울이 써 내려간 한 단어 한 단어의 의미를 곱씹고 또 곱씹었습니다.

상상해 봅니다. 2000년 전 사도 바울이 등불 아래에서 써 내려갔을 로마서의 잉크 자국들. 그리고 18세기 영국, 과거의 죄를 괴로워하며 헬라어 사전을 뒤적이던 존 뉴턴의 책상 위로 떨어졌을 뜨거운 눈물 자국들. 뉴턴은 바울의 편지 속에서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나니’(롬 5:20)라는 구절을 읽으며 얼마나 감격의 눈물을 흘렸을까요? 자신과도 같았던 죄인의 괴수 바울을 통해 선포되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 앞에서, 그의 영혼은 완전히 새로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펼치는 성경에도 바울의 잉크 자국과 존 뉴턴의 눈물 자국이 겹쳐져 있는 듯합니다. 성경은 박물관의 유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바로 나에게 보내진 하나님의 살아있는 편지입니다. 로마서를 새롭게 번역한 목사님의 노고는, 우리에게 성경을 다시금 ‘첫사랑의 마음’으로 읽어보라고 권면하는 따뜻한 초대장과 같습니다.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로마서 8:38-39)

오늘 저녁, 잠시 시간을 내어 성경을 펼쳐보시지 않으시겠어요? 익숙한 구절이라도 좋습니다. 마치 처음 읽는 편지처럼, 그 옛날 바울의 잉크 자국이 나의 눈물 자국과 만나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새롭게 경험하는 복된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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