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속에서 핀 들꽃을 보십시오 > 칼럼 > 한국교회공보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칼럼

HOME  >  오피니언  >  칼럼

[DSTV칼럼] 잿더미 속에서 핀 들꽃을 보십시오

김의선 목사 기자
작성일 2026-09-12 07:10

본문

어김없이 9월이 오면, 20여 년 전 뉴욕의 하늘을 뒤덮었던 검은 연기와 무너져 내리던 쌍둥이 빌딩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9.11 테러는 인류가 쌓아 올린 문명의 바벨탑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안에 잠재된 증오가 어떤 비극을 낳는지를 똑똑히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세상은 더 불안해졌고, 우리의 마음 한편에는 언제나 막연한 두려움이 자리 잡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절망과 불안의 대륙이라 여겨졌던 곳에서, 뜻밖의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영적 폐허와 같았던 독일에서 지난 4년간 세례받는 이들이 76%나 늘었다는 소식, 세속주의의 심장부인 스페인의 한 지방 정부가 기념행사를 열며 “여호와여 원하건대 그의 눈을 열어서 보게 하옵소서”라는 열왕기하의 말씀을 인용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마치 잿더미로 변한 들판 한가운데서 이름 모를 들꽃 한 송이가 수줍게 피어난 것을 발견한 듯한 기쁨입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옥살이를 하고 나온 장발장은 세상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미리엘 주교는 따뜻한 잠자리와 음식을 내어주었고, 심지어 은촛대를 훔쳐 달아난 그를 붙잡아 온 경찰에게 “내가 그에게 준 선물”이라며 그를 풀어줍니다. 주교가 건넨 두 자루의 은촛대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 영혼을 구원한 신적인 사랑의 빛이었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불꽃이었습니다. 그 작은 빛 하나가 장발장의 남은 생애를 완전히 다른 길로 이끌었습니다.

독일의 세례식과 스페인에서 인용된 성경 구절은 어쩌면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은촛대’와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온통 절망의 잿빛으로 가득한 것 같아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당신의 일을 하고 계십니다. 사람들의 마음 밭을 기경하고, 생명의 씨앗을 심고, 마침내 구원의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폐허가 된 예루살렘을 보며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이것이 나의 마음에 있으므로 내가 소망을 가지는 것은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 (예레미야애가 3:21-23).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혹시 삶의 잿더미 속에서 절망하고 계십니까? 눈을 들어 주님이 피워내시는 작은 들꽃들을 바라보십시오. 아침마다 새롭게 부어주시는 그분의 인자와 긍휼을 신뢰하십시오. 주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희망의 은촛대를 건네고 계십니다.
기사 공유하기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