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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TV칼럼] 넘어지는 로봇, 넘어지지 않는 소망

김의선 목사 기자
작성일 2026-09-11 07:10

본문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로봇 대회에서 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사인 볼트의 100미터 기록을 깨뜨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기술의 발전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결승선을 통과한 그 로봇이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는 후속 보도는 어딘지 모를 씁쓸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안겨주었습니다. 인간을 닮고, 인간을 넘어서도록 설계된 가장 완벽한 피조물이 보여준 찰나의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 것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그런 ‘로봇’을 하나씩 만들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완벽한 성과를 내는 직장인의 모습, 흠 없이 자녀를 키워내는 부모의 모습, 흔들림 없는 신앙인의 모습. 우리는 실수하지 않고, 넘어지지 않는 견고한 자아상을 구축하기 위해 애씁니다. 그러나 삶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우리의 로봇은 속절없이 넘어지고 맙니다. 애써 쌓아 올린 성공이 무너지고, 건강이 위협받고, 관계가 깨어지는 순간, 우리는 넘어진 로봇처럼 당혹감과 불안에 휩싸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과 한계에 대한 가장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고전이 바로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입니다.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창조하여 신의 영역에 도달하고자 했지만, 그가 만들어낸 것은 경이로운 피조물이 아닌 이름 없는 ‘괴물’이었습니다. 완벽을 향한 인간의 오만한 욕망이 결국 자신과 주변을 파괴하는 비극을 낳은 것입니다. 결승선에서 넘어진 로봇의 모습은, 어쩌면 신이 되고자 했던 인간의 오랜 꿈이 결국 도달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한계를 보여주는 현대판 우화와도 같습니다.

성경은 이러한 인간의 교만을 바벨탑 사건을 통해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고 흩어짐을 면하기 위해 하늘에 닿는 탑을 쌓아 올렸지만, 그들의 계획은 하나님의 개입으로 좌절되고 맙니다.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완벽한 탑, 넘어지지 않는 로봇을 만들려는 모든 시도는 결국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뿐임을 성경은 분명히 증언합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우리의 소망은 넘어지지 않는 완벽한 우리 자신에게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소망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스스로를 비워 우리와 같이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 있습니다. 성경은 그분에 대해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빌립보서 2:6-8)

우리가 만든 로봇은 우리를 넘어서려다 넘어지지만, 하나님이신 그분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스스로 낮아지셨고, 친히 넘어지셨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삶의 경주에서 넘어지고 실패할 때, 그것은 끝이 아닙니다. 넘어진 우리를 일으켜 세우시고, 우리의 불완전함까지도 사랑으로 품어주시는 그분의 손길을 만나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우리의 로봇이 넘어져도 괜찮습니다. 우리에게는 결코 넘어지지 않는 영원한 소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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