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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턱에서, 네덜란드 안락사가 던지는 경고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9-2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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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12세 미만 아동에 대한 첫 안락사가 시행되었다는 소식은 단순한 해외 뉴스가 아니라, 인류가 쌓아 올린 생명 윤리의 둑이 무너져 내리는 거대한 파열음이다. ‘고통의 경감’과 ‘자기 결정권’이라는 인도주의적 명분 아래, 생명의 주권이 창조주 하나님에게서 피조물인 인간의 손으로 넘어가는 비극적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아동은 여러 질병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부모와 의료진의 고뇌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 신학은 고통의 문제를 ‘제거’의 관점이 아닌 ‘의미’와 ‘돌봄’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인간의 존엄성은 건강이나 삶의 질, 혹은 유용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로 존엄하며, 생명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신성한 선물이다.

이번 사건은 ‘미끄러운 경사길 이론(Slippery Slope Argument)’이 단순한 기우가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이후, 그 대상을 말기 환자에서 만성 질환자, 정신 질환자, 그리고 이제는 어린 아동에게까지 꾸준히 확대해왔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는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결국 생명을 유지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인간이 판단하는 ‘질 좋은 삶(Quality of Life)’의 논리로 귀결되고 만다. 이는 나치 독일이 ‘살 가치가 없는 생명(Lebensunwertes Leben)’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장애인과 약자들을 학살했던 우생학적 광기와 맞닿아 있다.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그의 저서 『윤리학』에서 생명의 권리는 오직 하나님께만 속해 있음을 역설하며, 인간이 타인의 생명은 물론 자신의 생명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처분권을 갖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보았다. 네덜란드의 결정은 바로 이 창조 질서에 대한 도전이며, 인간의 교만이 빚어낸 비극이다.

성경은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하나님의 주권적 계획과 보호 아래 있음을 분명히 선언한다.

“주께서 내 내장을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만드셨나이다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심히 기묘하심이라 주께서 하시는 일이 기이함을 내 영혼이 잘 아나이다 내가 은밀한 데서 지음을 받고 땅의 깊은 곳에서 기이하게 지음을 받은 때에 나의 형체가 주의 앞에 숨겨지지 못하였나이다 내 형질이 이루어지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루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이 되었나이다” (시편 139:13-16)

이 말씀 앞에서 ‘삶의 질’을 운운하며 생명의 경중을 논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네덜란드의 비극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도 이미 연명의료 중단 합법화 논의를 넘어, 존엄사 혹은 조력자살 합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회는 이 시대의 흐름 앞에서 침묵해서는 안 된다. 생명의 신성함과 존엄성을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하여 가르치고 선포해야 한다. 또한 고통받는 이들과 그 가족들을 실질적으로 돌보고 그들의 짐을 함께 지는 ‘호스피스’ 사역과 같은 대안적 사랑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고통을 없애기 위해 고통받는 사람을 없애는 것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교회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님의 사랑으로 동행하는 참된 위로자가 되어야 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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