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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정치의 깃발이 될 수 없다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9-2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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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을 특정 정치적 프로젝트와 동일시하는 현상에 대한 제프 파운틴의 경고는 오늘날 한국 교회가 새겨들어야 할 예언자적 목소리다. ‘국가 안보, 자유 시장 경제, 신앙’이라는 세 기둥을 내세운 포럼의 사례는 복음이 어떻게 인간의 이념적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인간이 만들어낸 정치, 경제 체제를 구원하고 심판하는 기준이지, 특정 체제를 옹호하거나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신앙의 정치화가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났던 역사적 사례는 1930년대 독일 나치 정권 하의 ‘독일 기독교인(German Christians)’ 운동이다. 그들은 아리안 민족의 우월성과 국가 사회주의(나치즘) 이데올로기를 기독교 신앙과 결합하려 시도했다. 히틀러를 독일 민족에게 보내진 하나님의 선물로 칭송하며, 교회 강단에서 정치적 구호를 외치고, 십자가와 나치의 스와스티카를 나란히 걸었다. 그 결과, 독일 교회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범죄에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비극적 과오를 저질렀고, 복음의 본질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이러한 영적 암흑기에 맞서, 칼 바르트, 디트리히 본회퍼 등이 중심이 된 고백교회는 1934년 ‘바르멘 신학선언(Barmen Theological Declaration)’을 발표하며 신앙적 양심을 지켰다. 이 선언의 제1조는 교회가 따라야 할 유일한 기준이 무엇인지를 천명한다. “성경에서 우리에게 증언된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듣고, 삶과 죽음 속에서 신뢰하고 순종해야 할 하나님의 유일한 말씀이다. 우리는 교회의 선포의 원천으로서 이 유일한 하나님의 말씀 외에 다른 어떤 사건이나 권세, 형상이나 진리도 인정할 수 있다는 거짓 교리를 배격한다.”

바르멘 선언의 외침은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오늘날 교회가 경계해야 할 것은 나치즘과 같은 극단적 전체주의뿐만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혹은 그 어떤 진보적 이념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를 대신하여 교회의 유일한 기준으로 군림하려 할 때, 교회는 이미 우상숭배의 죄에 빠진 것이다. 예수님은 보수주의자도, 진보주의자도 아니셨다. 그분은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셨으며, 로마 제국과 헤롯의 권세,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의 종교 권력 모두를 하나님 나라의 기준으로 비추셨다.

마태복음 22장 21절에서 예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런즉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하시니” 이는 정치와 신앙의 분리를 넘어, 모든 세상 권력이 하나님의 궁극적 주권 아래 있음을 선포하는 말씀이다. 교회는 특정 정치 세력의 ‘깃발’이 되어 그들의 승리를 위해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권력 위에 계신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선포하는 ‘등대’가 되어야 한다.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교회가 세상을 향해 감당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치적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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