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의 골짜기에서 피어난 믿음: ‘청년 조용기’가 묻는 신앙의 본질 > 논평 > 한국교회공보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논평

HOME  >  오피니언  >  논평

절규의 골짜기에서 피어난 믿음: ‘청년 조용기’가 묻는 신앙의 본질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8-31 07:10

본문

“신은 없다. 신이 있다면 내 그림자보다 못한 존재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목회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 힘든 이 절규는, 역설적으로 신앙의 가장 깊은 본질을 우리에게 묻는다. 영화 ‘청년 조용기’가 조명하는 것은 성공한 목회자의 화려한 모습이 아니라, 죽음의 문턱에서 하나님과 처절하게 씨름했던 한 인간의 모습이다. 이는 오늘날 안락함과 성공주의에 물든 기독교에 경종을 울린다.

신앙은 의심의 부재가 아니다. 오히려 신앙은 고통과 절망의 어두운 골짜기에서 하나님을 향해 던지는 정직한 질문과 씨름을 통해 단련되고 깊어진다.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변증가로 꼽히는 C.S. 루이스는 그의 저서 『헤아려 본 슬픔(A Grief Observed)』에서 아내를 잃은 뒤 겪었던 극심한 신앙의 위기를 고백했다. 그는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의 임재는커녕 ‘꽝 닫히는 문소리’와 ‘빗장 거는 소리’만 들리는 듯한 절망감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과하며, 이전에 알지 못했던 더 깊고 성숙한 믿음의 차원으로 나아갔다. 그의 정직한 절규는 위선적인 경건보다 훨씬 더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통로였다.

성경은 이러한 씨름의 신앙을 증거한다. 얍복강 나루터에서 야곱은 날이 새도록 하나님의 사람과 씨름하며 부르짖었다. “야곱이 이르되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 (창세기 32:26). 이 끈질긴 씨름 끝에 그는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신앙의 여정은 평탄한 길이 아니라, 때로는 환도뼈가 부러지는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의 축복을 붙드는 거룩한 투쟁이다. ‘청년 조용기’의 절규는 불신앙의 언어가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기 위한 영혼의 몸부림이었다. 한국 교회는 성공의 간증보다 실패와 의심 속에서도 주님을 붙들었던 씨름의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어야 한다. 진정한 희망은 고통이 없는 곳이 아니라, 바로 그 절규의 골짜기에서 싹트기 때문이다.
기사 공유하기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