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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앙의 ‘과정’을 삼키는가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8-2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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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신앙의 영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기에는 AI가 생성하는 이단적 교리나 신학적 오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최근 제기된 ‘신앙의 본질적 과정 침해’라는 지적은 문제의 핵심을 더욱 날카롭게 파고든다.

AI의 가장 큰 위험은 신학적 오염보다 신앙의 근육을 퇴화시키는 데 있다. 신앙은 정답을 찾는 정보 검색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인격이 빚어지는 지난한 과정이다. 야곱이 얍복강 나루에서 밤새 씨름하며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듯, 성도는 말씀과 씨름하고 기도로 몸부림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거룩하게 성화된다. AI는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손쉽게 ‘결과’를 제공한다. 설교문 초안, 성경 질문에 대한 요약된 답변, 심지어 기도문까지 즉각적으로 생성해준다. 이는 영적 여정의 수고와 인내를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며, 성도를 ‘순례자’가 아닌 ‘소비자’로 전락시킨다.

17세기 영국의 작가 존 버니언(John Bunyan)은 불법 설교 혐의로 12년간 베드포드 감옥에 갇혔다. 그는 그 춥고 어두운 독방에서 인류의 위대한 고전 『천로역정』을 집필했다. 만약 그에게 오늘날의 AI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는 아마 더 세련되고 신학적으로 정교한 글을 더 빨리 완성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글에 과연 주인공 ‘크리스천’이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통과하며 흘렸던 눈물과 땀의 흔적을 담아낼 수 있었을까. 『천로역정』의 위대함은 버니언이 고난의 풀무불 속에서 하나님과 독대하며 겪어낸 ‘과정’ 그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다.

AI는 우리에게서 이 거룩한 씨름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 신앙의 본질은 ‘무엇을 아는가(know-what)’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는가(know-how)’에 있으며, 이 ‘어떻게’는 오직 시간과 순종,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의 연단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교회는 AI를 유용한 도구로 활용하되, 그것이 신앙의 핵심적인 과정을 대체하지 않도록 명확한 신학적 기준과 목회적 지침을 세워야 한다.

사도 바울은 권면한다. “그러므로 나의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나 있을 때뿐 아니라 더욱 지금 나 없을 때에도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 (빌 2:12-13). 구원은 단번에 주어지는 선물이지만, 그 구원을 ‘이루어 가는 것’은 우리의 전 생애에 걸친 거룩한 과업이다. 이 두렵고 떨리는 순례의 여정을 기계에 위탁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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