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성벽 앞에서, 교회의 길을 묻다 > 사설 > 한국교회공보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HOME  >  오피니언  >  사설

무너진 성벽 앞에서, 교회의 길을 묻다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6-20 07:10

본문

오늘날 교회는 안팎으로 깊은 상처와 위협에 직면했다. 안으로는 영적 학대라는 이름 아래 양의 탈을 쓴 이리들이 성도를 유린하고, 그 가해자들이 버젓이 새로운 강단을 세우는 참담한 현실이 펼쳐진다. 밖으로는 프랑스에서 보듯, 신앙을 향한 노골적인 증오와 폭력이 급증하며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마치 성벽이 무너지고 성전의 기물이 약탈당하며, 내부에서는 지도자들이 백성을 착취하던 느헤미야 시대의 예루살렘을 보는 듯하다.

역사 속에서 느헤미야는 무너진 성벽을 마주하고 옷을 찢으며 통곡했다. 그는 외부의 위협에 맞서 한 손에는 무기를, 다른 한 손에는 연장을 들고 성벽을 재건하는 동시에, 내부의 부패를 척결하며 신앙 공동체의 정의를 바로 세웠다. 그는 백성의 부르짖음을 외면하지 않았고, 고통받는 자들의 빚을 탕감해주며 하나님의 공의를 선포했다. 이것이 위기 앞에 선 지도자의 모습이며, 교회가 회복해야 할 본질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교회는 어떠한가. 영적 학대 피해자들의 신음은 교회의 성장과 안정이라는 미명 아래 묵살되기 일쑤다. 가해자는 ‘회개’라는 이름의 값싼 면죄부를 받고 너무도 쉽게 사역을 재개하며, 그의 성공은 또 다른 ‘하나님의 영광’으로 포장된다. 세상의 위협 앞에서는 종종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방어적인 자세로 일관하거나,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한 채 우리만의 성을 쌓는 데 급급하다. 우리는 느헤미야의 연장도, 무기도, 그리고 그의 눈물도 잃어버렸다.

이런 절망적인 소식들 가운데, 네덜란드 젊은 기독교인들이 신앙 안에서 방향성과 안정,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는 소식은 어둠 속 한 줄기 빛과 같다. 그들은 교회의 화려한 건물이나 프로그램이 아닌, 혼란한 세상 속에서 영혼의 닻이 되어 줄 근원적인 진리를 갈망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교회가 세상에 제시해야 할 유일한 희망이다.

한국 교회는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무너진 성벽을 보며 애통하고 있는가? 우리는 공동체 내부의 신음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가? 세상의 조롱과 위협에 맞서 진리의 복음을 담대히 선포하고 있는가? 교회가 다시 세상의 소망이 되기 위한 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상처 입은 자들을 치유하고, 불의를 바로잡으며, 오직 말씀의 기초 위에 다시 서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이 시대의 무너진 데를 보수하는 자로 부름받게 될 것이다.

“네게서 날 자들이 오래 황폐된 곳들을 다시 세울 것이며 너는 역대의 무너진 기초를 쌓으리니 너를 일컬어 무너진 데를 보수하는 자라 할 것이며 길을 수축하여 거할 곳이 되게 하는 자라 하리라” (이사야 58:12)
기사 공유하기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