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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에 선 시대, ‘보는 눈’을 구하라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9-1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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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우크라이나의 지리적 위치처럼 하나의 거대한 ‘경계선’ 위에 서 있다. 동과 서, 자유와 제국, 신앙과 세속주의가 첨예하게 충돌하며 인류의 미래를 묻는 중차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독일과 러시아가 문화원 폐쇄라는 강수로 맞서는 모습은 단순한 외교적 마찰을 넘어, 더 이상 공존할 수 없는 가치들의 충돌이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러한 시대적 격변 속에서 교회는 무엇을 보고 있으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자치 공동체의 45주년 기념 전시회는 이 질문에 깊은 영적 통찰을 제공한다. 전시회는 열왕기하 6장 17절, “여호와여 원하건대 그의 눈을 열어서 보게 하옵소서”라는 엘리사의 기도를 인용하며, 인간의 본성이 ‘보는 것’과 ‘실제로 인식하는 것’ 사이에 깊은 간극이 있음을 지적했다. 눈앞의 아람 군대로 인해 절망에 빠진 사환처럼, 오늘날 한국 교회 역시 세속화의 거대한 물결과 다음 세대의 이탈이라는 눈에 보이는 현상 앞에서 두려움과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현상의 가혹함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영적 실재를 보지 못하는 영적 무지에 있다.

이는 19세기 말, 유럽 열강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분할했던 ‘아프리카 분할(Scramble for Africa)’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아프리카의 광활한 영토와 자원을 ‘보았지만’, 그 땅에 깃든 고유한 문화와 역사,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영혼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들의 탐욕스러운 시선이 그은 자의적인 국경선은 오늘날까지도 아프리카 대륙에 깊은 분쟁과 가난의 상처를 남겼다. 이처럼 영적 실재를 보지 못하는 눈은 언제나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위기는 단순히 교인 수 감소나 사회적 영향력 축소에 있지 않다. 진짜 위기는 우리의 시선이 세상의 방식과 성공의 논리에 고정되어, 얕은 연못에서 밤새 허탕을 치면서도 더 깊은 곳으로 가라는 주님의 부르심을 듣지 못하는 영적 침체에 있다. 차세대 사역의 위기 앞에서 개교회의 성장에만 몰두하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영적 전쟁의 참상을 외면하며,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인간성의 왜곡에 침묵하는 것은 아닌가. 이제는 개별 교회의 생존을 넘어,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시대를 분별하고 함께 그물을 던져야 할 때다.

교회는 경계선에 선 시대의 파수꾼이다. 엘리사의 기도처럼, 주께서 우리의 눈을 열어 불 말과 불 병거가 산에 가득하여 우리를 둘러싼 것을 보게 하시기를 간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두려움을 넘어 믿음으로, 분열을 넘어 연합으로, 얕은 물가를 넘어 시대의 가장 깊은 곳으로 나아가 복음의 그물을 던지는 거룩한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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