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스터 맥그래스, 제임스 패커의 삶을 통해 '충직함'의 신앙 조명
김형석 기자 기자
작성일 2026-09-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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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McGrath)가 저술하고 윤종석 씨가 번역한 『제임스 패커』(CUP, 2026년 1월 출간 예정, 모중현 편집위원 추천)는 단순히 한 신학자의 업적을 나열하는 전기가 아니다. 이 책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한 신앙인의 삶을 조용히 따라가며, 그의 신앙이 어떻게 깊이를 더해갔는지를 차분하게 그려낸다. 맥그래스는 연대기적 성취보다는 사고, 고립, 독서, 침묵과 같은 시간들이 어떻게 한 인물의 중심을 빚어냈는지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제임스 패커(J. I. Packer)를 신학사의 높은 단 위에 세워진 인물이 아닌, 하나님 앞에서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낸 한 신자로 조명한다. 책 전반에 걸쳐 위대함보다 충직함이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며, 이는 독자들에게 신뢰할 만한 무게감을 선사한다.
이 책은 패커의 어린 시절 경험에서부터 신앙 형성의 중요한 단초를 발견한다. 어린 시절 겪은 사고는 그를 세상의 소란에서 멀어지게 했지만, 이는 공백이 아닌 깊은 사유와 독서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맥그래스는 이 시기를 단순한 상실의 기록이 아닌, 신학적 인내가 자라난 토양으로 설명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의 내면은 흩어지지 않고 오히려 단단해졌으며, 이러한 내면의 형성은 이후 패커 신학 전반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한 개인의 아픔이 어떻게 신앙의 깊이가 되었는지가 이 대목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청소년기에 접한 C. 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의 저작들은 패커에게 신앙을 지성으로 탐구할 수 있는 진리로 열어주었다. 신앙이 감정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성의 질문을 견딜 수 있는 세계라는 인식이 이때 자리 잡았다. 옥스퍼드 시절에는 청교도 신학을 통해 지성이 삶의 경건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배웠다. 특히 존 오웬(John Owen)과 리처드 백스터(Richard Baxter)는 머리와 가슴이 분리되지 않는 신앙의 길을 제시했으며, 이러한 만남을 통해 패커의 신학은 사변적인 학문이 아닌 훈련의 언어로 발전했다. 그의 사상 전반은 이 좌표 위에서 흔들림 없이 전개되었다.
이러한 형성의 흐름은 1973년 출간된 『하나님을 아는 지식』(Knowing God)에서 명확한 결실을 맺었다. 패커에게 신학은 단순히 축적해야 할 정보가 아니라, 하나님을 아는 관계의 깊이였다. 그는 하나님을 아는 일이 예배로 이어지고, 그 예배는 일상의 선택과 태도를 새롭게 빚는다고 강조했다. 맥그래스는 패커의 수많은 저술과 논쟁, 그리고 때로는 오해를 불러왔던 침묵까지도 이러한 중심에서 설명한다. 학문과 교회, 신학과 경건은 그의 삶에서 분리되지 않았으며, 이러한 일관성이 그를 화려하게 만들기보다 오래 신뢰받는 인물로 만들었다.
특히 패커가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시대를 이끄는 전면의 인물이 되기보다, 교회가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뒤에서 돕는 역할을 선택했다. 이러한 태도는 성과와 속도에 익숙한 오늘날의 신앙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신앙의 깊이는 얼마나 드러나는가보다, 얼마나 끝까지 충실했는가에서 드러난다는 메시지가 이 전기 전반에 흐른다. 맥그래스가 그려낸 제임스 패커의 삶은 신학이 삶을 떠나지 않을 때 얼마나 따뜻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은 한 신학자를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독자들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 서는 태도를 다시금 가다듬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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