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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뱅주의 예정론의 핵심, '믿음과 선행'은 선택의 근거가 아닌 결과

김형석 기자 기자
작성일 2026-06-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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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인 보에트너(Loraine Boettner, 1901-1990)의 저서 '칼뱅주의 예정론(Reformed Doctrine of Predestination)'이 정통 개혁주의 신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은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으로서의 예정론을 심도 있게 다루며, 특히 구원에 있어 인간의 믿음과 선행이 하나님의 선택에 선행하는 조건이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한다.

보에트너는 20세기 미국 장로교 신학자로, 칼뱅주의 신학의 정수를 집대성하는 데 평생을 바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저술은 복잡하고 난해하게 여겨지는 예정론을 성경적, 신학적으로 명료하게 설명함으로써 일반 성도들의 신학적 이해를 돕는 데 기여해왔다. '칼뱅주의 예정론'은 이러한 그의 신학적 유산을 집약한 대표작으로, 출간 이후 개혁주의 진영에서 꾸준히 읽히며 예정론에 대한 바른 이해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 책은 예정론의 핵심 원리 중 하나로, 하나님의 선택은 인간의 어떠한 행위나 자질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보에트너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내용을 인용하며, 하나님께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아셨기 때문에 무언가를 작정하신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히려 믿음과 선행은 하나님의 선택과 중생의 결과이며, 이를 통해 택함 받은 자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에트너는 만약 예정이 인간의 예견된 믿음이나 선행에 근거한다면, 이는 '행위 언약'으로 회귀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목적을 시간 속에 두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는 성경이 말하는 예정이 아니라 '사후 결정'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에베소서 1장 4절, 요한복음 15장 16절, 디도서 3장 5절 등을 근거로 믿음과 거룩함이 선택의 결과이지, 선행 조건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또한, 바울 사도가 '행위로 말미암지 않고 오직 부르시는 이의 뜻대로 되었다'(로마서 9:11)고 말한 것처럼, 구원은 인간의 공로가 아닌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목적에 달려 있음을 역설한다.

특히 로마서 8장 29절의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이라는 구절에 대해 보에트너는 '미리 아신다'는 것이 단순한 지적 인식을 넘어 특별한 은총과 사랑의 대상으로 삼으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들을 향한 특별한 관계와 보호를 내포하며, 단순히 미래의 사건을 아는 것을 넘어선다. 따라서 하나님의 예지(foreknowledge)는 하나님의 작정(purpose)에 종속되며, 하나님께서 미리 정하신 바를 아시는 것이지, 인간의 예견된 행위에 따라 하나님의 작정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보에트너의 입장이다.

이러한 보에트너의 주장은 정통 개혁주의 신학계에서 예정론의 핵심을 명확히 하고, 인간의 구원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권과 은혜에 있음을 강조하는 중요한 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공로를 앞세우는 세속적, 인본주의적 사고방식에 대한 강력한 신학적 반박이며,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신앙의 본질을 드러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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