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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무 목사 “문화의 스타일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세계관 살펴야”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8-31 17:30

본문

“사탄에게 대중문화를 넘겨주지 말라”

영화 <오디세이>로 본 그리스도인의 문화 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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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문학과 미술 등 대중문화를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작품에 귀신이나 신화가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반기독교적이라고 규정해야 할까. 반대로 대중문화라는 이유로 그 안에 담긴 가치와 세계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일까.

손성무 에하드하우스 책임목사는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를 비롯해 <파묘><케이팝 데몬 헌터스>, 대중음악과 CCM 등을 사례로 들며 그리스도인의 문화 분별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손 목사는 먼저 스타일(style)’의미(meaning)’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의 외적인 형식 자체를 거룩하거나 세속적인 것으로 단정하기보다 그 형식 안에 무엇을 담고 있으며 어떤 세계관과 가치를 전달하는지 성경적으로 분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손 목사는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을 가르는 근본적인 기준은 클래식이냐 대중음악이냐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사랑하게 하며 사람을 어디로 이끄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록과 트로트, 기타와 오르간, 빠른 박자와 느린 박자 자체에 선악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성적·폭력적 표현 역시 단순히 외형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표현을 통해 음란과 폭력, 파괴적인 가치가 전달될 때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한국교회 일각에서 전통적인 찬송가 형식을 거룩한 음악으로 보고 기타와 신디사이저, 드럼을 사용하는 CCM이나 현대적 워십을 세속적으로 바라봤던 흐름도 되짚었다.

손 목사는 오르간은 거룩하고 드럼은 세속적인가. 클래식에 기반한 화성과 리듬은 하나님의 것이고 현대 대중음악의 리듬과 악기는 사탄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전통 찬송가에 축적된 신학과 영적 유산은 소중히 계승해야 하지만 다음 세대가 사용하는 문화적 언어 자체를 세속적이라고 규정할 경우 오히려 복음을 전달할 통로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손 목사는 모든 문화적 형식이 회중예배에 적합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예배의 성격과 공동체의 상황에 따른 분별은 필요하지만 전도와 축제, 교제의 현장에서는 대중에게 익숙한 문화적 언어가 복음을 전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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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판단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손 목사는 영화 <파묘><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비교했다. 두 작품 모두 귀신과 영적 세계를 소재로 하지만 작품이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과 전달하는 메시지까지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파묘>가 무속과 어둠의 영적 세계를 강렬하게 묘사하는 한편 기독교적 언어와 교회 인물을 희화화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작품이 무속적 세계관을 어떤 방식으로 재현하고 정상화하는지, 기독교 신앙을 어떻게 묘사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무당을 연상시키는 복장과 귀신, 결계와 영적 전투 등의 외형 때문에 일부 기독교인들에게 반기독교적 작품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서사는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손 목사는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 귀신을 숭배하거나 달래는 존재가 아니라 악한 존재와 맞서 싸우며 작품에는 죄와 수치가 인간을 속박하는 모습과 감춰진 진실의 고백, 희생적 사랑과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주제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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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적인 기독교 작품은 아니지만 일부 서사에는 복음적 가치와 공명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C. S. 루이스와 J. R. R. 톨킨 역시 신화적 소재를 활용해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신화적 외형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반기독교적인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신화적 형식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디세이>제우스의 법과 성경의 황금률

손 목사는 이 같은 문화 분별의 사례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에 주목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 이후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다룬 고대 그리스 서사시다. 수많은 신과 괴물, 초자연적 존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외형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그리스 신화의 세계다. 그러나 손 목사는 작품에 반복되는 환대신뢰’, 그리고 이를 배반했을 때 발생하는 파국이라는 서사에 주목했다. 고대 그리스에는 나그네를 보호하고 환대하는 크세니아(xenia)’의 전통이 존재한다. 주인은 낯선 손님을 대접하고 손님 역시 주인의 호의를 배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일종의 환대 규범이다.

손 목사는 이를 예수 그리스도가 산상수훈에서 가르친 황금률과 연결해 해석했다. 그는 여러 종교와 철학에도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유사한 윤리적 가르침이 있지만 예수의 가르침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받고 싶은 선을 다른 사람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행하도록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원수를 사랑하고 보답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선을 베풀라는 복음의 윤리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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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목사는 특히 트로이 목마의 서사를 환대와 신뢰에 대한 배신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했다. 그리스군은 거대한 목마를 선물처럼 남겨놓고 철수한 것으로 위장한다. 트로이 사람들이 이를 선물로 받아들여 성 안으로 들이지만, 목마 속에 숨어 있던 그리스 병사들이 나와 성문을 열면서 트로이는 결국 파멸에 이른다. 선물이 살육의 도구가 되고 신뢰가 침략의 통로로 뒤바뀐 것이다.

손 목사는 이러한 서사를 미국 초기 정착의 역사와도 연결해 볼 수 있다고 했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북미에 도착한 필그림들은 혹독한 첫겨울을 보내며 큰 희생을 겪었다. 이후 왐파노아그족 등 원주민의 도움을 받아 식량 생산과 현지 환경에 적응했고 1621년에는 상호관계를 위한 조약도 맺었다. 그러나 이후 유럽계 정착민의 세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원주민과의 충돌과 전쟁, 토지 상실과 강제이주라는 비극의 역사가 이어졌다.

손 목사는 놀란 감독이 이를 직접 의도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했다. 다만 환대받은 사람이 힘을 얻은 뒤 자신을 받아준 사람의 신뢰를 배반하고 삶의 터전을 빼앗는다는 서사적 구조에서 트로이 목마와 서구 문명의 역사 사이에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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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독교인에게도 자기성찰의 질문을 던진다. 기독교적 가치와 건국 정신을 내세운 사회라 하더라도 실제 역사 속에서 약자와 이웃을 어떻게 대했는지는 성경의 기준으로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복음은 바꾸지 말되 복음을 담을 그릇은 넓혀야

손 목사는 문화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태도를 사도 바울의 선교 원리에서 찾았다. 손 목사는 복음의 내용을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복음을 전달하는 형식과 언어는 상대에 따라 바꾸었다복음은 영원하지만 복음이 입는 문화의 옷은 시대와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과 세속적 가치에 동화되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적 분별의 기준은 분명히 세우되 문화의 외형만 보고 선악을 단정하는 태도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 목사는 때가 악하기 때문에 세상과 문화를 모두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바로 때가 악하기 때문에 그 안에 있는 기회를 사서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을 복음의 기회로 사고, 영화를 기회로 사고, 문학과 미술과 새로운 미디어를 기회로 사야 한다세상 사람들이 사용하는 문화의 언어를 빼앗긴 채 교회 안에서만 통하는 언어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문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도, 무분별한 수용도 아닌 성경적 분별이라는 것이다.

손 목사는 문화의 영역으로 들어갈 때 공격의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어둠과 거짓이며, 공격의 무기는 정죄가 아니라 진리와 사랑과 복음이라며 복음의 내용은 바꾸지 말라. 그러나 복음을 담을 그릇은 넓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사탄에게 대중문화를 넘겨주지 말고 문화의 모든 영역을 다시 복음의 기회로 살 것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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